사모펀드의 손에
한 장의 카드에는 우리의 모든 것이 담긴다. 이름, 주민번호, 카드번호, 그리고 어디서 무엇을 샀는지까지. 롯데카드는 그 비밀을 수백만 명분 보관하는 금고였다.
2019년, 이 금고의 주인이 바뀐다. 대기업 롯데가 아니라 사모펀드(MBK파트너스)가 대주주가 된 것이다. 사모펀드의 시계는 다르게 흐른다. 사서 키우고 되팔아 차익을 남기는 것이 일이다. 롯데카드도 언젠가 다시 시장에 나올 운명이었다.
매각을 앞둔 회사에게 가장 중요한 건 '깨끗한 몸값'이다. 사고가 나면 값이 떨어진다. 그래서 이 이야기의 긴장은 처음부터 정해져 있었다 — 만약 이 금고가 뚫린다면?
보이지 않는 침입자
금고는 소리 없이 열렸다. 외부의 해킹 공격이 시스템 깊숙이 파고들었다. 경보가 울렸을 땐 이미 늦은 뒤였다.
빠져나간 데이터의 양은 약 200GB. 단순한 이름·전화번호가 아니라 카드번호·유효기간 같은 민감한 금융정보까지 포함됐다는 의혹이 번졌다. 금융 해킹에서 가장 두려운 시나리오였다.
297만의 비밀이 새다
피해 규모가 공개되자 숫자 하나가 모두를 얼어붙게 했다. 약 297만 명. 대한민국 성인 스무 명 중 한 명꼴의 카드 정보가 위험에 노출된 셈이었다.
고객들은 불안에 떨었다. 카드를 다시 발급받고, 문자 한 통에도 가슴이 철렁했다. 한 사람의 사고가 아니라 수백만 명의 동시 불안이었다.
누구의 책임인가
금융감독원이 칼을 빼들었다. 보안에 소홀했다면 영업정지·과징금 같은 무거운 제재가 거론됐다. 국회 청문회장에는 카드사 대표와 통신사 대표들이 나란히 불려 나갔고, 대주주인 사모펀드에게도 책임의 화살이 향했다.
매각을 앞둔 회사에 사고는 치명타였다. "키워서 되판다"던 시계가 흔들렸다. 이 사건은 단순한 해킹을 넘어 — 사모펀드가 금융사를 소유할 때 안전은 누가 지키는가라는 질문을 남겼다.
그리고 수백 개의 똑같은 기사
사건이 터진 순간, 포털에는 기사가 폭발했다. 수십, 수백 개의 매체가 동시에 같은 사건을 쏟아냈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 많은 기사가 제목도, 문장 순서도, 인용까지 닮아 있었다.
같은 사건이니 닮는 건 당연할까? 아니면 누군가의 보도자료를 그대로 받아쓴 걸까? 우리는 그 '닮음'이 자연스러운 것인지, 아니면 수상한 동조인지를 숫자로 가려보기로 했다.
📰 이 그림책을 만든 이유 — '기사 밀어내기' 분석을 위하여
롯데카드 사태는 우리 연구의 대표 사례입니다. 사건 직후 매체 간 부정 보도 동조가 평소를 크게 넘어섰고, 본문을 사실상 베낀 복제쌍이 가장 많이 발견된 사건이기도 합니다. 이 이야기를 쉽게 읽은 뒤, 그림으로 보는 통계 이야기와 연구 보고서에서 "왜, 얼마나 닮았는지"를 숫자로 확인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