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 보이지 않는 분자들의 변화…일상에서 환경문제까지 이어지는 ‘화학’
수소결합으로 질산염 활성화 밝힌 연구(철 착물의 주변 수소결합이 지하수 오염 물질인 질산염 결합·환원을 촉진함)
빵이 부풀어 오르고, 과일의 색이 변하고, 철이 녹스는 일. 서로 전혀 다른 현상처럼 보이지만 이들 현상에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물질의 성질이 달라지는 ‘화학반응’이다.
화학은 흔히 실험실에서 비커와 시약을 다루는 학문으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실제 화학은 우리가 먹고 마시는 음식부터 세제, 의약품, 환경오염 문제까지 일상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최근에는 이러한 화학의 원리를 이용해 지하수 오염물질인 질산염을 다른 물질로 바꾸려는 연구도 발표됐다.
미국 미시간대학교(University of Michigan) 연구진은 지난 9월 22일 국제학술지 ‘네이처 케미스트리(Nature Chemistry)’에 질산염의 결합과 환원을 촉진하는 분자 구조에 관한 연구를 발표했다. 연구진은 수소결합을 이용해 질산염을 금속 착물 주변에 효과적으로 붙잡고, 질산염이 환원되기 쉬운 상태로 만드는 원리를 분자 수준에서 밝혀냈다.
‘수소결합’ 하나가 질산염의 반응성을 바꿨다
연구진이 주목한 것은 분자를 직접 연결하는 결합뿐만 아니라 그 주변에서 작용하는 ‘수소결합’이었다.
먼저 연구진은 산화·환원 반응에 직접 참여하지 않는 아연(Zn)을 이용해 질산염이 얼마나 잘 결합하는지를 비교했다. 수소결합을 제공하는 구조를 가진 착물과 그렇지 않은 착물을 비교한 결과, 수소결합이 있는 경우 질산염에 대한 첫 번째 결합 친화도가 최대 7자릿수까지 높게 나타났다.
쉽게 말하면 질산염을 잡아두는 ‘손’ 주변에 수소결합이라는 또 다른 상호작용이 더해지면서 질산염을 훨씬 강하게 붙잡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연구진은 X선 단결정 구조 분석과 계산화학을 통해 그 이유도 살폈다. 수소결합은 질산염의 특정 산소 원자 주변으로 전하를 재분배하고, 특정 N–O 결합의 길이를 늘려 질산염을 환원하기 쉬운 상태로 만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단순히 질산염을 붙잡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질산염 자체의 전자적 성질까지 변화시킨 것이다.
이후 연구진은 아연 대신 산화·환원 반응에 참여할 수 있는 철(Fe)을 사용했다. 그 결과 수소결합을 포함한 분자 구조에서 질산염의 환원이 진행됐으며, 열적 조건에서는 일산화질소(NO), 광화학적 조건에서는 암모니아(NH₃)가 생성되는 촉매 반응을 확인했다. 연구진은 반응 과정에서 금속 중심이 두 개 결합한 중간체가 어떻게 다시 반응성이 높은 형태로 전환되는지도 분석했다.
화학은 어렵기만 한 학문일까?
그렇다면 이런 연구에서 등장하는 ‘수소결합’, ‘환원’, ‘촉매’ 같은 개념은 우리 생활과 얼마나 가까울까.
사실 화학반응은 특별한 실험실에 들어가야만 볼 수 있는 현상이 아니다. 예를 들어 식초와 베이킹소다를 함께 사용했을 때 거품이 발생하는 현상도 물질이 서로 반응하면서 새로운 물질이 만들어지는 화학반응의 한 사례다. 달걀을 익히거나 빵을 굽는 과정에서도 열에 의해 물질의 구조와 성질이 달라지는 다양한 화학적 변화가 일어난다.
반대로 화학반응은 잘못 관리될 경우 사고로 이어지기도 한다. 산업 현장에서는 화학물질이 다른 물질과 예상하지 못한 반응을 일으키거나, 저장·취급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해 인명과 환경에 피해가 발생하는 사례가 있었다. 일상에서도 세정제 등 화학제품을 용도와 주의사항에 맞지 않게 사용하면 유해한 물질이 발생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흥미로운 실험과 사고 사례는 서로 반대처럼 보이지만 오히려 같은 사실을 보여준다. 화학은 특별한 사람만 다루는 어려운 학문이 아니라, 물질과 물질이 만나 변화하는 순간마다 우리 주변에서 작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화학은 환경문제를 해결하는 도구가 되기도 한다
미시간대학교 연구진의 질산염 연구 역시 이런 화학의 모습을 보여주는 사례다.
질산염은 비료 사용 등과 관련해 지하수에서 발견될 수 있는 오염물질로, 환경에 여러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연구진은 자연에서 질산염을 다루는 생체 시스템이 수소결합을 활용한다는 점에 착안해 이를 인공적인 분자 설계에 적용했다.
연구진의 접근은 단순히 ‘질산염을 제거하자’는 데서 출발하지 않는다. 질산염 주변에 어떤 상호작용을 만들어야 질산염을 더 잘 붙잡고, 특정 결합을 약화해 반응을 촉진할 수 있는지를 분자 수준에서 분석했다.
다만 이번 연구가 곧바로 대규모 환경정화 기술로 활용될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연구진 역시 실제 촉매 시스템에서는 더 빠른 반응 속도와 높은 선택성, 낮은 에너지 투입 등을 달성해야 하며, 합리적인 촉매 설계를 위한 보편적인 원리는 아직 제한적이라고 설명한다.
결국 이번 연구가 보여주는 것은 화학의 한 가지 중요한 특징이다. 우리가 눈으로 쉽게 볼 수 없는 분자와 원자의 작은 변화가 물질의 성질을 바꾸고, 나아가 환경문제를 해결하는 기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거품이 발생하는 간단한 실험부터 환경오염을 줄이기 위한 최첨단 촉매 연구까지, 그 중심에는 모두 ‘물질이 어떻게 변하는가’라는 같은 질문이 있다. 화학은 교과서 속 공식으로만 존재하는 학문이 아니라 우리가 매일 경험하는 변화에서 시작되는 학문이다.
원문 논문
- 제목
- Secondary-sphere hydrogen bonding promotes catalytic nitrate reduction at iron
- 저널
- Nature Chemistry (2026-09-22)
- 저자
- Writhabrata Sarkar, Andrew R. LaDuca, Riley W. Kazukiewicz, Nathaniel K. Szymczak
- DOI
- 10.1038/s41557-026-02235-1
- 라이선스
- CC BY-NC-ND 4.0
이 기사가 만들어진 과정
초안: GPT-5 mini (기본) · AI 심사 1회 · 최종 확인·발행: 송하준 기자
| AI 심사위원 | 판정 | 점수 |
|---|---|---|
| GPT-4o mini (OpenAI) | REVISE | 82 |
| gpt-oss-120b (Cerebras) | PASS | 88 |
| GLM-5.3-Flash (Zhipu) | PASS | 94 |
| Kimi-K2.6 (Moonshot) | PASS | 87 |
| Qwen3.5-9B (Alibaba) | PASS | 95 |
통과 기준: 3명 이상 응답, 응답자의 절반 이상 통과, 평균 80점 이상. 채점 항목은 사실정확성·소스충실도·논리성·균형·가독성이에요.